말은 정서가 중요하다. 어떤 말을 했는지보단 어떤 느낌이냐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난 나이 차이가 나는 지인이 내 앞에서 반말하고 욕도 섞어가며 자유롭게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건 정서적 친밀도가 높아야 가능한 거니까. 상대가 편하게 나를 대한다면 그만큼 애정도 있다고 믿는다.

반면 지인이 한참 어려도 존대하는 편이다. 누구한테나 존댓말 쓰는 게 익숙하고 혹시나 하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서적 거리가 가깝다면 내가 반말을 섞어서 쓰는 걸 종종 들었을 거다. 예의가 없어서 그렇다기보단 그만큼 내가 본인을 가깝게 생각한다고 여겨줬으면 좋겠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좀 살펴보다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사진 않았는데 책 제목은 기억에 남는다. 말에도 온도가 있어서 같은 말도 차갑게 하는 것과 따뜻하게 하는 건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걸 결정하는 게 화자의 태도와 정서적 친밀감이다.

감사 인사도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뭐라 딱 꼬집을 순 없지만, 상대가 나를 어떤 감정으로 대하는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비슷한 표현도 온도 차이는 잘 느껴진다. 그래서 호감 있는 상대가 아니면 애초에 말 자체를 안 거는 편이다. 내가 어떻게 말해도 상대는 내 정서를 느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