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제안하지 말고 그냥 부탁하라
제안과 부탁은 다르다. 제안은 상대가 수긍할만한 동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협상이 동반되는 게 제안이다. 부탁은 그런 게 없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르는 사이에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종종 잘 모르는 사람이 제안이라면서 나에게 부탁한다. 내가 들어줄 이유가 전혀 없는 일을 함께하자면서 가벼운 제안이란다.
그런 건 제안이 아니고 부탁이다. 아무에게나 자기 생각을 툭툭 쉽게 던지는 건 제안이라 할 수 없다. 이럴 땐 괜히 제안이라면서 무게 잡지 말고 마음을 다해 부탁하는 형식으로 말하는 게 더 좋다. 부탁은 본인이 가진 게 없고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친분이 없다면 매우 어렵겠지만, 그나마 이게 더 낫다.
제안보단 부탁을 선호한다. 부탁은 호감만 있다면 협상보다 빠르고 편하다. 바로 얘기해도 되는 걸 왜 어렵게 제안하듯 협상하나. 심지어 논리적인 근거로 부탁하기보단 감정에 호소하는 편이다. 우리 사이에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그냥 해주라고 부탁한다. 친분이 있다면 그 어떤 제안보다 강력한 게 부탁이다. 이건 협상이 따로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