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여행사 대표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진짜 꼼짝없이 망했을 것 같다. 심지어 빚도 꽤 생겼을 거고. 이 나이에 망해서 빚에 시달리면 재기 가능한지 가늠이 안 된다. 열정도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의지로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 내가 망하지 않은 건 운이 좋아서이지 잘나서는 아닌 셈이다. 코로나 덕분에 정말 많이 배운다.

여행 업계는 요즘 매출 감소가 아니라 그냥 수익 자체가 없다고 한다. 여행객 감소 통계를 보니 이건 위기가 아니다.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여행 산업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보통 나는 시장 핑계 대는 걸 경계하고 모든 위기엔 대처 방법이 있다고 믿는 편인데 이런 건 어떻게 고민해도 해법이 안 보인다. 우리도 이런 행성 충돌 수준의 위기가 없으란 법 없다. 어떻게든 확장이 필요하다.

아이템으로 확장이든 뭐든 뭔가 수를 내야겠다. 그동안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플랫폼 의존적인 사업을 했는데 단독 사이트 운영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이 정도 위기 대응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올해 겪은 환경 변화가 내 마음가짐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 함부로 낙관하지 않고 모든 위기 가능성을 열어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