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피자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피자헛 피자를 좋아했는데 글로벌 브랜드 피자는 학생인 나에겐 정말 비싼 음식이었다. 먹고는 싶은데 비싸서 항상 전단만 살펴봤던 추억이 있다. 사실 우리 집 형편에 그리 못 사 먹을 만큼 비싼 음식은 아니었는데 가끔 먹을 때마다 어머니께서 피자는 너무 비싸다는 얘길 자주 하셨고 그런 말을 계속 들으니 어느 순간부턴 먹고 싶단 말을 못 하게 됐다.

성인이 된 후 직접 돈을 벌어 모든 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내 한은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한이라고 표현하면 좀 웃기지만, 어쨌든 돈 벌고 싶은 욕구 중 하나가 어떤 음식이든 가격표 안 보고 사 먹는 거라서 이걸 이룬 것만으로도 나는 내 인생이 괜찮다고 여긴다. 발뼈가 부러져 집에서 요양하는 동안 다양한 피자를 원 없이 시켜 먹었다. 요즘은 건강 관리 차원에서 잘 안 먹는다.

학창 시절 추억의 영향 때문인지 비싸다는 표현 자체를 거의 안 쓴다. 그런 말은 정서 함양에 좋지 않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느낌을 준다. 정말 비싼 걸 봐도 가격 자체에 신경 쓰기보단 그 상품이 지닌 내재 가치에 더 관심을 둔다. 필요하다면 살 각오를 한다.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니 원하는 걸 가질 능력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