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는 오만함 그 자체였다. 좋게 말해 자신감이고 솔직히 정신 나간 수준의 패기를 부렸는데 사고방식부터 무모한 스타일이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을 토로하는 글을 보며 ‘그렇게 불만이면 그냥 본인이 좋은 회사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곤 했고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실제로 창업까지 했다. 당시엔 내가 하면 진짜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뭘 모르거나 조금 알 때가 제일 용맹하다. 사업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했던 도전이고 거의 무일푼이 될 때까지 망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깨닫게 됐다. 계속 실패하다 보면 본인 수준과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도전의 결과를 직접 보는 것보다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되는 경험은 없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심지어 운도 별로라는 걸 내 눈으로 확인했다.

20대 시절 다양한 실패 경험이 30대엔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운의 중요성을 깨닫고 리스크 관리를 중심에 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성공 못 하는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 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믿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실패하면 겸손을 배울 수 있다. 그 마음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 젊을 때 실패하는 걸 그리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