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집 비밀번호를 물었다. 손은 기억하는데 숫자는 깜빡했나 보다. 그 머리 좋은 양반이 몇 개 안 되는데 숫자를 잊다니. 심지어 최소 수천 번은 눌렀을 번호인데 나이 먹으니 이렇게 까먹기도 한다. 늙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물건은 고장 나면 고치거나 새로 살 수 있지만, 우리 몸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교체 불가능하다. 일찍부터 섬세하게 잘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마흔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불혹까지 갈 것도 없다. 30대만 돼도 자기 관리 제대로 안 한 사람과 잘한 사람의 차이는 확연하다. 최근 방송에 나온 가수 비를 보고 놀란 분들이 많다. 30대 후반 나이에도 20대와 다를 게 없는 외모나 녹슬지 않는 춤 실력에 감탄한 분위기다. 탁월한 자기 관리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나이 들수록 자기 관리 수준이 외모에서 바로 드러난다. 30대에도 20대처럼 살면 늙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차이 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력 자체가 다르다. 정신적인 면은 그 수준 차이가 더 크다. 자기계발 열심히 안 하면 어딜 가나 지루한 꼰대 취급받기 일쑤다. 우리 몸은 늙었다고 새로 살 수 없다. 재고가 하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