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사는 속도가 비슷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친구들 보면 정말 기특하고 대단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함께 어울리긴 어렵다고 느낀다. 그들과 나는 시간을 다루는 태도나 인생의 지향점 차이가 커서 라이프스타일이 잘 안 맞는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나 지인의 공통점을 보면 대부분 나와 시간을 쓰는 방식이 닮았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것 좋다. 부지런한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 단위로 계획을 쪼개서 매일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을 보면 가끔 만나도 빨리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모든 대화를 뭔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얘기로만 꽉 채워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든다. 나도 생산적인 걸 좋아하지만, 매번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싶진 않다. 한가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바쁘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바빠서 약속을 거절해야 해도 보통 다른 이유를 대는 편이다. 바쁘다는 건 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인데 내게 그런 느낌이 드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보는 앞에선 시계를 보거나 폰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 행동은 나와 어울리는 바이브가 아니다. 항상 시간 부자로 보이고 싶어서 늘 혼자 있을 때만 바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