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착각했다. 사업이라는 게 적자만 안 나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조직은 내가 아니기에 내가 괜찮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다. 재무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나가고 싶은 직원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특히 로켓을 기대하고 탔는데 달구지인 걸 알면 누구도 청춘을 달구지에서 보내고 싶진 않을 거다.

3년 넘게 일한 친구가 아직도 막내다. 신입을 뽑은 지 오래되니 회사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다들 나이는 먹는데 조직은 안 커지니 커리어 이슈가 있다. 사실 난 지금 이대로도 좋은데 모두 내 맘 같을 순 없다. 각자 나가서 자기 회사를 차려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자본과 경험을 쌓았다. 정만으론 잡아둘 수 없다.

같이 일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믿었다. 일로 묶인 관계가 아니면 유통기한이 짧아서 그런 건데 이것도 이제 한계가 보인다. 평균 연봉은 높고 인원은 적으니 친한 대표님이 직원들 연봉을 줄이고 신입을 왕창 뽑아 회사를 키우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땐 무시했다.

어리석은 고집을 부리면 늘 비싼 수업료로 돌아온다. 같이 일한다고 오래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은 것 자체가 잘못된 믿음이었다. 애초에 사람 마음은 어떤 방법으로도 붙잡을 수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고 나가게 뒀어야 했는데 괜한 욕심을 부렸다. 황혼 이혼도 흔한 시대에 미련을 떨었다. 반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