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세비 구엘. 가우디 이름은 모두가 알지만, 구엘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우디가 지은 건축물엔 그의 이름이 많다. 구엘 궁전, 구엘 공원, 구엘 성당… 구엘은 가우디 인생의 은인이자 최대 후원자다. 평생 수많은 프로젝트를 맡긴 건축주다. 구엘이 있기에 가우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우디의 화려한 건축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이렇게 돈을 많이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건축가에게 이런 프로젝트 기회를 주려면 단순히 돈만 많아선 안 된다. 예술에 대한 조예와 건축가에 대한 강한 신뢰가 필요하다. 구엘이 바로 그런 건축주다. 가우디는 최고의 건축가이니까 믿고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지 않냐고 싶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가우디는 졸업이 어려울 만큼 낙제생이었고 구엘이 일을 맡기기 전엔 완전한 무명의 학생이었다. 둘의 인연은 구엘이 가우디의 가구를 보고 한눈에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기에 가능했다.

천재도 그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으면 평범하게 늙어 죽는다. 요샌 소셜미디어 발달로 자기 재능을 세상에 드러내기 쉬운 시대지만, 가우디가 활동하던 땐 그런 시기가 아니다. 가우디의 수많은 작품은 일을 맡기고 10년 동안 벽돌 한 장 안 올려도 후원해 준 구엘 덕분이다. 위대한 건축물 뒤엔 늘 이런 탁월한 후원자가 있다. 무명의 학생에게 창의성을 무한대로 발휘할 기회를 준 자산가. 그런 이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작품 같은 건축물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