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돈 쓸 때 돈이 아니라 내 시간을 쓴다고 생각했다. 가령 시급이 10만 원일 땐 10만 원을 쓰면 내 인생의 한 시간이 사라진다고 여기는 식이다. 돈보다 시간이 더 한정된 자원이고 젊을 때 시간은 부가가치가 유달리 더 높아서 항상 시간 쓰는 것에 민감했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살면 소득이 높아질수록 시간을 더 강박적으로 아끼게 된다. 가장 임금이 높았던 시절엔 오랜 기간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하루만 놀아도 큰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하게 놀 수 없었다. 일할 때 제일 마음이 편했고 실제로 계속 그냥 일만 했다.

자유를 얻고 싶어 돈 버는 것인데 많이 벌수록 오히려 자유가 사라졌다. 스트레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풀다 보니 점점 자극적인 것만 찾으며 정신과 생활이 망가짐을 느꼈다. 더 미루면 영원히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해 1년 전쯤 과감히 바꾸기로 했다.

쓸데없는 것에 돈 쓰려고 돈 벌고 있음을 깨닫고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 후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그동안 소비가 절반 이하로 확 줄었지만, 행복감은 전혀 줄지 않았다. 몸은 훨씬 건강해지고 정신 건강은 말할 것도 없다.

요샌 거의 매일 부모님과 식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모님 모시고 외식한 시간이 그전에 평생 외식한 시간보다 많다. 이젠 누굴 만나도 시계 보는 일이 없다. 머니맨 구독자와 밤새 수다 떨기도 한다. 지난 1년은 내게 진짜 소중한 게 뭔지 깨달을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