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재미가 없다면 빠르게 정리하라
이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 만나는 게 재미없다는 걸. 더는 내게 딱히 의미도 없다는 걸. 처음엔 단순히 콘텐츠 문제라 생각했다. 맨날 추억팔이를 한다거나 만나서 하는 게 게임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만나서 뭘 해도 그리 재밌지 않다. 콘텐츠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서로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
내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기업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한다. 집안 수준도 다들 비슷하다. 애초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에 다녔으니 이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인 나와 직장인 친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 다르다. 시야를 떠나 사고관 자체가 결이 다르니 어울리기 쉽지 않다.
원래 연락처가 많지 않지만, 그마저도 회사 대표들 연락처가 대부분이다. 왜 이분들과 노는 게 친구들보다 더 재밌고 좋은가 했더니 관점이 같고 공유하는 정서가 잘 통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비즈니스 면에서 서로 주고받을 게 있는 면도 크고. 심지어 자주 만나는 몇몇 대표는 이해관계를 떠나 정서적으로도 친구보다 더 친밀하다.
예전엔 어릴 때 친구는 뭔가 다르다고 믿었다. 이젠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20년 가까이 놀았으면 충분히 놀았지 싶다. 앞으론 새로운 인연을 찾는 데 시간을 집중하고 재미가 없는 건 그게 무엇이든 빠르게 정리할 거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평생 특정 인연과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