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고객을 함부로 가르치지 마라
항상 시간을 꽉 채워서 보여줬다. 프리랜서 시절 한 달짜리 프로젝트를 맡으면 보통 일주일 내에 완성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았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보여줬다. 미리 다했다고 먼저 보여주면 클라이언트에 따라선 내가 날로 먹는 줄 안다. 클라이언트의 만족감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수술은 빨리하는 의사가 늦은 의사보다 실력이 탁월한 의사지만, 환자는 수술이 너무 일찍 끝나면 성의 없이 수술한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프로 세계에선 일하는 속력이 곧 실력이다. 제대로 알고 숙련된 사람만 빨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적은 시간 일하고 많은 돈을 받으면 억울해하는 고객이 반드시 생긴다.
고객을 함부로 가르치거나 바꾸려 해선 안 된다. 돈 내고 훈수 듣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고객이 우릴 존경해서 가르침을 청할 때를 제외하곤 철저하게 고객 만족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이게 프로의 기본 태도다. 내가 하루면 만들 수 있는 사이트도 고객이 2주 정도 예상한다면 그 기대에 맞춰줘야 한다.
상담 시작 5분 만에 솔루션이 나올 수 있지만, 고객이 컨설팅비를 시간 단위로 냈다면 프로답게 분량 조절을 해야 한다. 딱 봐서 답이 바로 나와도 당장 해결하지 말란 의미다. 돈으로 솔루션만 산 게 아니라 내 시간도 산 거니까. 고객은 단순히 상품이 좋아서 또 사는 게 아니라 구매에 만족감을 느껴서 재구매하는 거다.
내가 고객보다 훨씬 전문가지만, 함부로 훈수 두지 않는 건 그런 행동이 구매 만족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비즈니스맨이고 그런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인정신이 넘치는 이들은 자기는 최선을 다하는데 왜 고객이 재구매를 안 하는지 모른다. 비즈니스에서 뭐가 중요한지 전혀 모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