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모든 상품은 살 사람에게만 팔아라
페친 신청을 들어오는 대로 받았더니 순식간에 페친이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보통 이 정도 숫자면 포스팅할 때마다 내 글에 불쾌감을 느껴 친구 삭제하는 사람이 계속 나와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 마나 한 뻔한 얘기를 하고 있거나 내 주관이 뚜렷한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란 뜻이다.
둘 다 글쟁이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페이스북은 ‘과거의 오늘’ 기능을 통해 내 예전 글을 계속 보여준다. 과거 글의 댓글 같은 걸 보면 그땐 페친이었지만, 지금은 아니게 된 분들이 눈에 띈다. 만족스럽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관점이 고루하다는 신호다.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도 저도 아닌 글인데 혹시 내가 그런 글을 쓰고 있지 않나 반성이 된다. 아니면 남아 있는 페친들이 그동안 항마력 강화로 단련이 됐거나. 모두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에둘러 표현하거나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으면서 너 말도 일리가 있다고 하는 것. 이러면 적은 없을 수 있어도 팬도 없다.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10명을 만났을 때 한 사람만 자기와 맞아도 수지맞는 장사다. 9명과 어정쩡한 관계인 것보다 1명과 더 친해질 수 있는 방향이 더 좋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단 코드가 맞는 사람만 만족시키는 전략이 낫다. 세일즈의 기본은 살 사람에게만 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