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상담을 한다. 온라인에서만 자주 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거의 매일 한다. 친구들한테도 나는 고민 있어야 연락하는 사람이다 보니 전화가 오면 오늘은 또 무슨 문제가 터졌나 싶다. 물론 오래 했다고 실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짬밥 무시할 수 없다. 나에겐 수많은 이들을 상담한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다. 그중 하나가 과묵함이다.

대부분 상담 잘하는 것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잘 공감하고 위로를 잘해주거나 좋은 해결책을 찾아 주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 좋은 상담사는 대나무 숲 같은 거다. 상대방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지만, 그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과묵하고 진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에게 지나치게 동조하면 안 된다.

마치 벽이 된 것처럼 조용히 들어주는 자세가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들은 얘길 어디 가서도 하지 않는 거다. 상담 내용이 밖으로 새면 신뢰를 잃는다. 들은 건 그냥 그 자리에서 잊는 게 가장 좋다. 판사처럼 가타부타하지 않고 선생처럼 가르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다수 고민의 해답은 이미 본인이 가지고 있다. 그냥 답답해서 토로하는 것이니 굳이 조언 안 해도 된다.

이 정도만 지켜도 훌륭한 상담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딱 이 정도만 정확하게 지키는 나는 상담에 있어서 늘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걸 시급 높은 내가 하는 건 여러모로 시간 낭비다. 하지만 내게 상담이 계속 몰리는 건 역시 신뢰 때문이다. 세상에 대나무 숲같이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바꿔 말하면 이건 좋은 비즈니스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