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는 홈리스라고 불린다. 홈리스는 하우스리스가 아니다. 단순히 집이 없어서 노숙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된 존재라서 홈리스라고 한다.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이 왜 노숙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는 노숙자가 원한다면 모두가 쉼터 같은 시설에서 지내며 재기할 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머무를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생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론 살아있지만, 사회적으론 이미 죽은 존재다. 모든 노숙자는 나름의 복잡한 사연이 있다. 그냥 게으르고 무능한 존재라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삶을 포기할 만큼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그렇게 사는 거다.

어릴 땐 이런 내막을 모르고 노숙자의 실제 삶을 관찰하거나 간접적으로 들을 기회도 없다 보니 그들을 막연히 게으르고 형편없는 존재라며 힐난했다. 이젠 더는 그들을 그렇게 혐오스럽고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다. 나도 방심하고 실패하면 언제든 그들처럼 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자기 몫 제대로 하며 산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