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뭐든 급했다. 빨리 성공하길 원했고 그렇게 경제적 자유를 쟁취하면 뭘 하든 편하고 행복할 줄 알았다. 정말 순진한 생각을 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아버진 공직자로 36년 넘게 일하셨다. 나도 사회생활은 나이에 비해 오래 했지만, 지금 하는 회사는 창업한 지 6년도 안 됐다. 그런데도 벌써 질린다. 만약 이걸 어떤 변화 없이 6배만큼 반복해야 한다면 정말 숨 막힐 것 같다.

매일 글쓰기를 한 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겨우 4년이다. 앞으로 최소 40년은 더 글을 써야 한다면 지금까지 쓴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글쓰기만 이런 게 아니라 모든 게 다 마찬가지다. 평균 수명이 이제 곧 100세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모든 걸 젊은 날에 다 경험하게 되면 남은 생은 대체 뭘 해야 할까? 재방송 보는 걸 즐겨야 하나?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자본 축적이 많아질수록 나도 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질 거다. 하지만 딱히 설레거나 기대되진 않는다. 이미 감탄할 만한 체험은 20대에 다 한 느낌이다. 물론 아직 모르는 세계가 많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리 경이롭진 않을 것 같다. 좀 천천히 페이스 조절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렇다고 꼭 내일 죽을 사람처럼 살 순 없는 일이다.

뭘 해도 질리지 않는 건 역시 사람이다.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큰 축복이다.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내겐 사람처럼 신비한 존재도 없다. 정말 각양각색의 매력이 있다. 특히 대화가 잘 통하고 다양한 자극을 주는 인연을 만나면 너무 즐겁다. 최근 몇 년간 뭔가 설렜던 경험은 사람뿐이었다. 그래서 난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사람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 내가 인간관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