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소유하지 않아야 더 많은 걸 가질 수 있는 이유
어릴 땐 뭐든 이것저것 열심히 모았다. 특히 음악을 좋아해 음악 파일을 잘 정리했다. 여기에 쓴 시간만 수백 시간은 될 거다. 하지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내가 한 모든 노력은 바보짓이 됐다. 이건 영상 파일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어떤 음원이나 영상 파일도 저장하지 않는다. 그냥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하면 그만이니까.
소유하지 않는 삶을 살면 인생관이 바뀐다. 이젠 새해라고 다이어리를 사지 않는다. 여행 다녀오면 사진은 콘텐츠 형태로 포스팅하고 나머진 다 지운다. 어차피 다시 찾아볼 일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 나오는 콘텐츠 소화하기도 바쁜데 과거 사진 곱씹을 시간이 없다. 과거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그런 걸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가치관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니 세상을 보는 관점도 바뀐다. 아끼던 물건이 망가져도 신제품이 더 낫다고 생각하니 그리 속상하지 않다. 인간관계도 더 괜찮은 사람이 계속 나타날 거라 믿으니 딱히 집착하지 않는다. 소유에 대한 미련을 버리니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데 더 열린 자세가 됐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으면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집에 불이 난 게 오히려 축복이었다는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땐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슨 의미인지 공감한다. 자기를 구속하는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진 걸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걸 채울 수 없다. 주머니 크기가 무한대인 사람은 없다. 새로운 걸 채우려면 반드시 비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