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한 동료를 위로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 있다. “이번엔 운이 좀 안 좋았던 것뿐이다. 계속 시도하면 언젠간 되니까 조급할 필요 없다.” 이 말엔 내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난 어떤 일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운이라 믿는다. 그래서 성공해도 별로 자만하지 않고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

성공했다면 그건 운이 좀 좋았던 것이고 실패했다면 그건 운이 좀 나빴던 것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모든 건 운이니 대충 적당히 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구분하란 뜻이다. 어차피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날 만난 게 자기 인생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를 알게 된 건 우연이지만, 직접 만났을 때 흥미를 느낄만한 매력이 있었던 건 이 친구 역량이다. 우리가 운이 좋아 만났어도 이 친구 매력이 별로였다면 인연으로 이어졌을 리 없다. 이렇게 운과 노력을 구분할 수 있어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운을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한두 번 잘 되면 그게 본인이 잘나서 그런 줄 안다. 그러면 반드시 망한다. 그동안 일이 왜 잘 풀렸는지 모르고 무모한 시도를 할 테니까. 내가 내 20대를 만나 조언할 수 있다면 이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 성공해도 자만하지 말고 실패해도 낙담하지 말라고. 운과 실력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