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하고 바로 1등을 했다. 그것도 반 2등과 평균 3점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비결은 하나였다. 그냥 문제집을 거의 다 풀고 간 것. 시중에 나와 있는 대다수 문제집을 풀고 가니 어떤 참고서 보고 문제 만들었는지 바로 알겠더라. 이미 어릴 때부터 양치기는 학습의 근간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요령 부리는 걸 싫어했다.

크리에이터에게 왜 창의성보다 생산력이 더 중요한 걸까? 크리에이티브 산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뭔가 기발한 상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지만, 난 예나 지금이나 항상 생산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성실하지 않으면 내겐 시시할 뿐이다. 난 고흐처럼 죽을 때까지 꾸준하게 많은 작품을 낸 크리에이터를 좋아한다.

많이 하는 건 왜 특별한가? 크리에이터가 바보가 아닌 이상 많이 하다 보면 경험만큼 쌓이는 통찰이 있다. 그 임계치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클래스가 달라져 힘 빼고 해도 뛰어난 수준의 작품이 나온다. 박지성이 대충 축구 뛰어도 일반인보다 못할 리 없듯 클래스가 다른 프로들은 가볍게 해도 늘 뛰어나다. 프로는 어떤 상황에도 항상 잘한다.

내가 크리에이터로 한창 활동할 땐 최소 5명이 만들 정도의 분량을 나 혼자서 만들었다. 당시에 동료들은 내가 로봇이 아닌가 싶을 만큼 쉬지 않고 많은 생산량을 보이는 것에 경악했지만, 이젠 이 친구들도 이 원리를 알게 됐다. 많이 하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그렇게 올라간 실력으로 더 많은 양을 작업하면 그다음엔 점점 다른 차원의 실력이 된다는 걸.

같은 시간 공부해도 반 1등은 몇 시간에 문제집 한 권씩 풀지만, 꼴등은 온종일 한 챕터나 나가면 다행이다. 이 실력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게 압도적 양치기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엄청난 노력 자체가 한계 극복의 핵심이다. 이게 두려워 매번 곁눈질하니 효율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거다. 어떤 일이든 지금 수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일단 양이 남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