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이 사실을 깨닫고도 인정하기 어려웠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인연이 안 되는 사람과는 친해질 수 없다는 걸. 구분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단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관심 있었으니까. 물론 첫인상이 전부란 얘기는 아니다. 그냥 운명처럼 인연도 될 사이는 되고 안 될 사이는 안 된다는 거다.

잠깐 현실 부정이 있었지만, 곧 내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간관계에 관한 거의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다. 나와 인연이 없는 이에겐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나니 누구와 친하게 지내야 할지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만의 명확한 기준이 생겼다.

이젠 그냥 순식간에 느낌이 온다. 이 사람과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없을지. 대체로 이 감은 틀린 적이 별로 없다. 알게 모르게 많은 데이터가 쌓인 거다.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지. 또 내가 좋아할 수 있는지. 어린 학생들은 이런 게 부족하다 보니 자꾸 본인과 맞지 않는 상대에게 함부로 기대하고 실망하길 반복한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겠지만.

영업에선 팔 수 있는 사람에게만 팔라고 그렇게 잔소리하면서 인간관계는 일찍부터 그러지 못했다. 나를 사 줄 사람이 누군지 구분할 안목이 부족했던 것. 이 능력이 생긴 건 단순히 사람을 많이 만나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인식을 하고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다. 이걸 좀 더 어릴 때 누가 알려줬더라면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