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든 어디든 집값이 비싼 지역의 최대 장점은 그 지역 주민 수준이다. 인성이 좋고 뭐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바꿔 말하면 잃을 게 많은 사람이다. 이런 부류는 성향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가진 걸 지키려는 건 본능이니까. 당연히 상식 밖의 행동이나 뭔가 위험한 시도를 할 확률이 매우 낮다. 서로서로 조심하니 문제 자체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고급 빌라에 살면 주변이 죄다 회사 대표에 기관장이니 뭔가 문제가 생겨도 빛의 속도로 해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관리인이 알아서 하는지 누가 신고를 해서 처리되는지 알 수 없지만, 행정력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민원이 처리된다. 주차장만 가도 고급 차가 즐비하니 문콕 같은 게 발생할 일이 없다. 서로 조심하니까. 무엇보다 주차 시비 자체가 없다.

인생의 운은 본인 몫이 아니라지만, 리스크를 낮추는 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싼 주거 지역으로 옮기면 이 리스크를 확 낮출 수 있다. 수십억짜리 집에 사는데 옆집에 사회의 부랑자가 존재할 확률은 거의 없으니까. 온갖 범죄는 대부분 빈민가에서 발생하지만, 순찰차는 걸어 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고급 주택 단지를 더 자주 돈다. 심지어 사설 경비 업체도 같이 지킨다.

강남에 살고 싶다는 욕망은 단순히 인프라나 학군 같은 것만 따져서 그런 게 아니다. 성벽을 쌓으려는 거다. 좋은 환경에 산다는 건 경제적 빈곤이 만들어 내는 모든 문제를 마주할 일이 없음을 의미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쓰레기차를 볼 일이 없다. 새벽 시간에만 다니니까.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이 계속 비싸지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