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피자 한 판만 먹어도 그게 그렇게 좋았다. 몇만 원밖에 안 되는 돈이 그땐 왜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지. 부모님께 사달란 말이 안 나와 학생임에도 열심히 일해서 직접 번 돈으로 사 먹었다. 지금은 원하는 건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우습게도 이런 상황이 되니 먹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등산 욕구가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늘 자신에게 없는 걸 갈망한다. 욕심을 채워 행복해지려 한다면 아마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 거다. 욕망 항아리 구멍은 너무 커서 이것을 막지 않고선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채울 수 없다. 이 구멍을 막는 게 이런 거다.

적당한 결핍에서 오는 부족함을 즐기는 것,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만 소유하는 것. 이런 태도 없이는 얼마를 벌어도 만족할 수 없다. 욕망을 채워서 행복을 찾지 말고 부족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마인드가 행복에 더 쉽게 가까워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