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이유는 다양해 보이지만, 그 뿌리를 보면 몇 가지 안 된다. 심각한 생활고나 질환 같은 불가항력을 제외하면 가장 흔한 게 권태다. 어떤 이들은 고통이나 절망이 더 크다고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수준까지 가는 건 권태가 대부분이다. 권태는 뻔하고 반복된 삶에서 오는 매너리즘이 아니다.

오히려 체념을 통해 얻는 자기만족에 가깝다. 어차피 본인 한계를 넘어설 만한 노력과 변화를 할 자신은 없으니 주어진 현실에 만족해야 하는데 내면에선 그걸 거부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진짜 욕망을 무시하고 엉뚱한 곳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그런 게 근본적 욕망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은 노력으로 채울 수 없을 만큼 깊고 넓다. 기만적 삶에서 벗어나 자기 욕망에 솔직해야 한다. 길에서 개처럼 헐떡대다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평생 껍데기뿐인 삶에 만족해야 한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면 늘 자신을 속이며 산다. 권태의 씨앗은 거기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