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갑을 이기는 협상 마인드
상대는 괴물이 아니다. 나는 갑을 만나도 편하게 대하는데 주위에서 그래도 되냐고 물을 정도다. 사실 갑이라는 게 돈 주는 사람이긴 하다만, 상대도 어차피 내가 필요한 상황 아닌가? 서로 돕는 사이에 뭐 그리 위축될 필요 있나. 물론 나보다 더 좋은 옵션이 있다면 거길 골라도 상관없다. 을이긴 하지만 영업에 목매지 않다 보니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있다.
중요한 건 오히려 비굴하게 영업하는 쪽보다 내가 계약을 더 잘 딴다는 사실이다. 이건 꼭 기량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태도 문제다. 예쁜 여자만 보면 긴장해서 버벅거리는 남자와 당당하고 편안하게 대하는 남자 중 어느 쪽이 호감이 높을진 따져볼 필요도 없다. 상대가 누구든 나와 같은 사람이다. 이 사실 하나만 똑바로 기억해도 훨씬 편하게 대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난 어떤 대단한 사람을 만나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이 세상에 몸뚱어리 하나 가지고 왔다 사라질 미물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기개 넘치는 마인드가 생긴다. “그러다 안 되면 어쩌려고?” 안 되면 어쩌긴 뭘 어째. 그냥 딴 거 하면 되지. 좋은 기회가 제한돼 있다고 믿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기회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 도전자는 더 많은 시도만 필요할 뿐이다. 이번에 기회를 날렸다면 빠르게 다음 기회를 찾으면 된다. 실패도 좋은 경험이다. 실패할 때마다 내공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속 쓰릴 것도 없다. 이번에 못 했다면 다음엔 더 잘하기 마련이다. 누구와 협상하든 소신 있게 하고 싶은 말 하면 된다. 그러면 잘 안 돼도 후련함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