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없는 절약은 결핍이다.
– 에이미 다사이크진(Amy Dacyczyn)


– 다음 출구: 평범한 인생행 ‘서행차선’
인도의 반대는 추월차선이 아니라 서행차선이다. 서행차선은 언뜻 보면 나쁜 게 없어 보인다. 인도가 현재의 만족을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히는 만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면, 서행차선은 더 밝고 자유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 때문에 오늘을 희생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무절제한 행동이 인도의 대표적인 성질이라면, 서행차선은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다. 이게 바로 서행차선의 함정이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점 말이다.

– 서행차선 여행자의 사고방식
드마코가 말하는 서행차선의 사고방식은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들과 너무 일치해서 놀라움을 느꼈을 정도다. 그동안 내가 부자가 되지 못했던 건 이런 서행차선식 사고방식에 너무 길들어 있어 그렇다고 생각될 만큼 서행차선의 사고방식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다음은 서행차선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키워드다. 진학, 검소, 좋은 성적, 비싼 커피 마시지 않기, 졸업이나 학위 취득, 자립, 부채 해결, 초과근무, 알뜰 쿠폰, 승진, 신용카드 해지, 월급의 10%를 저축, 퇴직연금 가입, 뮤추얼 펀드에 투자, 주택담보대출 조기 청산, 수표, 연금, 개인 퇴직연금 계좌, 소득수준 이하의 생활, 보험 세금 공제, 복리에 대한 이해 등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키워드가 전부다. 사실 드마코는 이게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걸 계획 일부로 삼지 않고, 하나의 종합적인 계획으로 여기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추월차선의 핵심
–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책임과 의무를 느낄 무렵에 서행차선으로 갈아탄다.
– 부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서가 아니라 젊고 생기 있을 때 누리는 것이 최선이다.
– 서행차선 인생 계획은 성공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며, 회사에서 그때까지 버티기도 어렵다.
– 서행차선 여행자들은, 주말을 주 중에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여긴다.

– 마이너스 60%: 서행차선의 수익률
우리 대부분이 이 거래를 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보상을 받으려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팔아넘기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평생 이 거래를 유지한다. 돈에 대해서 마이너스 60%짜리 수익률은 금방 거부하면서, 시간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서행차선을 계속 달리는 것은 이 수익률을 고수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서행차선은 왜 나쁜가?
서행차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서 처음에는 이것이 왜 나쁜 것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드마코의 이 예시를 들으니 나 또한 빨리 서행차선에서 벗어나야 함을 몸소 느끼게 됐다.

2007년 겨울,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한 가지 재밌는 실험을 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로가 ‘워싱턴 D.C.’의 기차역에서 45분간 연주를 하는 실험이었다.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단 6명만이 잠시 걸음을 멈춰 서서 그의 연주를 들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음악가의 음악마저도 치열한 경쟁에 치이고 무관심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는 없었다. 서행차선을 다니는 사람들은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존재도 전혀 못 보고 지나칠 확률이 높다. 이들은 어쩌면 인생을 그저 돈과 맞바꾸고 있는지 모른다. 서행차선의 삶이란 이런 거다. 여유 없는 삶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