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비치는 건 적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 한비자


한비자는 제왕학의 왕으로 통하지만, 사실 그의 지혜는 왕에게만 유용한 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고 조직이 없어도 자기 인생의 왕은 자신이니 말이다. 한비자의 가르침엔 리더십을 넘어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가 있다.

1. 작은 사치도 경계하라
은나라 주왕은 비싼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었다. 왕에게 이건 사치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작은 구멍에 배가 가라앉는다. 상아 젓가락으로 식사하려면 젓가락에 어울리는 상을 차려야 한다. 음식부터 그릇까지 다 그 수준이 올라간다. 비싼 상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옷이나 집이 안 좋을 수 없으니 의복과 궁궐도 호화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상아 젓가락 하나에 나라 곳간이 거덜 난다.

2.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왕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건 잘나서가 아니라 왕이란 지위가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도 능력에 어울리는 자리에 있지 못하면 힘을 못 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어떤 이도 직위를 무시할 수 없다. 세상에 올바른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데 초연해선 안 된다. 뛰어난 인재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3. 관점을 균형 있게 조정하라
누구나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인데 좋은 면만 보이는 이가 있다면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가식적인 면만 본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은 무시하는 그만의 장점을 찾아라.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하는 편협한 관점을 경계해야 한다. 세상에 좋은 것 혹은 나쁜 것만 있지 않으니 옥석을 구분할 안목을 길러라.

4. 만족을 모르는 건 최악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노자의 말이다. 산에 올라가 정상을 찍었다면 내려올 생각도 해야 한다. 만족을 모르고 끝까지 차지하려는 건 지나친 탐욕이다. 정점에 오를 때까지 훌륭했어도 내려올 때 불명예스러우면 그 성취가 비루해진다.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물러서는 건 나약한 게 아니다. 물러날 때를 잘 파악하는 것도 리더의 핵심 자질이다.

5. 본심을 함부로 드러내지 마라
한비자는 주도 편에서 군주는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알지 못한 척’ 이렇게 본심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신하들은 왕이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그것에만 맞추려고 아부하게 된다. 속을 알 수 없는 군주만큼 신하들에게 경계심을 주는 존재도 없다. 나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신하들 스스로 조심하게 하는 것, 이것이 제왕의 통치술이다.

한비자의 제왕학은 지금도 수많은 리더에게 큰 영감을 주는 고전이다. 수천 년에 걸쳐 통용된 지혜로 단편적인 방법론이 아닌 인생 전반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체화될 때까지 꾸준히 곁에 두고 복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