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달콤한 꿀을 위해 수많은 꽃을 찾아다니듯, 사람은 진리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는다.”
– 중국 속담


난 독서량이 많은 편이라 주위에서 어떤 책이 좋은지 자주 묻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읽고 싶은 거 아무거나 읽으라고 한다. 이렇게 대충 답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이 책을 직접 찾아보기를 진심으로 원해서다.

– 맥락 없는 추천은 의미 없다
잘 아는 동료나 친구가 물어볼 때는 그나마 제대로 추천해 준다. 주로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 현시점에서 도움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걸 추천하는데 오직 실용서만 추천한다. 책 추천은 상대방의 성향이나 경험 및 직업 등을 모르고서 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감성이 들어가는 영역은 취향을 많이 타 추천이 정말 의미 없다. 상대방의 수준이나 필요한 부분을 모르고 하는 일은 서로에게 시간 낭비다.

– 나 자신은 오직 나만 안다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책은 누가 제일 잘 알까? 당연하게도 본인밖에 없다.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다. 사실 책 고르는 것까지 남에게 의지하는 게 과연 좋은 일인가 싶다. 주체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대부분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현대인은 시간이 없다. 좋은 책을 찾기에 너무 바쁘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없으면 그냥 좀 쉬어라. 바빠 죽겠는데 무슨 양질의 독서까지 하겠다고 욕심내나. 뛰어난 독서가가 골라주는 책만 읽는 사람도 있는데 안 읽는 것보단 무조건 낫지만,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습관이라 생각한다.

– 찾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사실 이 부분을 말하고 싶어 쓰는 글이다. 책은 결국 자기한테 맞는 책을 골라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 어떤 책이 내게 필요한지 그 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만 책을 고르면 이 과정이 생략된다. 서점 가서 책 한 권 안 사더라도 어떤 책이 흥미로운지 뒤적거리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다.

내가 재밌게 읽은 책 중에 ‘수학 바로 보기’라는 책이 있다. 두껍고 어렵다. 아마 추천 도서 목록에 넣으면 천명 중 한 명도 제대로 안 읽을 책이다. 그런데도 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절판된 이 책을 소장하고 싶어 중고 서점을 뒤져서 샀다. 예전부터 왜 ‘음수 × 음수=양수’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이 책은 내가 수학에 대해 궁금해하던 많은 의문을 풀어줬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 책은 오직 나만 재밌게 읽을만한 책이니까.

책을 추천해 주는 행위나 추천 도서를 읽는 거 자체를 부정적으로 말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단지 주체성을 키우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현대인은 큐레이션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많은 걸 외부 전문가에 의지한다. 자기 주체적으로 뭔가를 찾아보고 판단하는 과정을 너무 생략한다. 이게 정말 효율적이라 할 수 있는가? 그 부분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인생 너무 쉬운 길만 찾아다닐 필요 없다.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은 모험을 직접 떠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