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
– 레프 톨스토이


주위에서 어떤 책이 좋은지 종종 묻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읽고 싶은 거 아무거나 읽으라고 한다. 이렇게 대충 답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이 책을 직접 찾아보길 진심으로 원해서다.

– 취향은 매우 개인적이다
내가 재밌게 읽은 책 중에 <수학 바로 보기>란 책이 있다. 두껍고 어렵다. 아마 추천 도서 목록에 넣으면 백 명 중 한 명도 제대로 안 읽을 책이다. 그런데도 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직접 갖고 싶어 중고 서점을 뒤져서 샀다. 이 책은 내가 수학에 대해 궁금했던 수많은 의문을 풀어줬다. 하지만 이 책을 주위에 추천하진 않는다. 이런 건 매우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 맥락 없는 추천은 의미 없다
동료나 친구가 물어볼 때는 그나마 성실히 추천해 준다. 상대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취향을 아니까. 책 추천은 상대의 성향이나 경험 및 직업 등을 모르고 하기 어렵다. 특히 감성이 들어가는 영역은 취향을 많이 타 그냥 좋은 책을 추천하는 건 정말 의미 없다. 상대방 수준과 필요를 고려치 않은 추천은 서로에게 시간 낭비다.

– 취향을 아는 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책은 누가 제일 잘 알까? 당연히 본인이다.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다. 사실 책 고르는 것까지 남에게 의지하는 게 과연 좋은 일인가 싶다. 주체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내게 무엇이 필요하고 뭘 원하는지, 찾는 것 자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남에게 의존할 일이 아니다.

– 찾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책은 고르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 어떤 책이 내게 필요한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다. 다른 사람 추천에만 의존하면 이 과정이 생략된다. 서점 가서 책 한 권 안 사더라도 뒤적거리는 일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직접 찾고, 그게 정말 자기 취향인지 판단하는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현대인은 큐레이션이란 미명 하에 지나치게 외부 지식에 의존한다. 주체적으로 뭔가를 찾아보고 판단하는 과정을 너무 생략한다. 이런 게 당장은 효율적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은 모험을 직접 떠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