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는 왜 문제가 될까? 그냥 소비자들이 원가를 알고 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건가? 사실 뭐가 문제인지는 이미 드러난 상황이라 가타부타하고 말 게 없다. 하지만 이 제도 자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있는 이슈라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 최고가격제 문제
분양 원가를 공개하라는 건 쉽게 말해 시장 가격보다 싸게 팔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공급과 수요에 불균형이 생긴다. 시장 가격을 임의로 통제하면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매물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암시장을 찾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떴다방’이 여기에 기생하는 구조다. 암시장 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오히려 높게 형성된다.

– 분양가 상한제 실패
이미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적이 있지만, 역시나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가격을 제한하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통해 분양권을 획득한 사람이 프리미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프리미엄은 불로소득이다. 줄 열심히 서고 운 좋았다는 이유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불로소득을 얻는 셈이다. 이걸 막기 위해 정부에서 전매제한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봤으나 통할 리 없다.

– 정략적 이슈화
아파트 원가는 제대로 산정하기도 어렵지만, 그걸 산정한 후 일정 이득만 남겨서 판매하라는 건 자본주의를 흔드는 논리다. 부동산이 특수한 재화라지만, 이렇게 큰 틀에서 흔드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부동산이라는 게 너무 많은 이해와 욕망이 얽혀 있다 보니 표심에 민감한 주제다. 정치인들은 수시로 이 소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민에게 진짜로 도움이 돼서 이슈화시키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대체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장은 정부가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엉망이 된다. 정부에서 아무리 머리 굴려봐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투기꾼들의 공략을 감당할 수 없다.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라는 건 분양권 프리미엄과 불로소득을 인정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 절대로 정부의 의도대로 자리 잡을 수 없는 구조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이 이슈는 선거철 정치인들의 단골 소재다. 표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