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자기 몫만 제대로 해도 괜찮은 삶이다
자기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평균보다 많이 버는 사람은 부족함을 더 크게 느끼고 평균에 못 미치는 사람은 그래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자가로 사는 대기업 정규직이 서민 타령하는 걸 보는 건 어렵지 않다. 한편으론 소셜미디어 영향 때문인지 억대 연봉을 우습게 여기는 학생들 보는 것도 흔하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위소득은 월평균 250만 원이 안 된다. 이것도 그나마 통계에 잡히는 일자리 기준이고 비정규직 및 임시직 합치면 더 낮을 거다. 학생이나 무직은 말할 것도 없다. 소득세를 내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니 기본 이상 하기가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 통계가 보여준다. 자기 몫만 제대로 해도 괜찮은 삶이다.
미국인 평균 통장 잔액이 우리 돈으로 500만 원이 안 된다. 미국 성인 중 열에 여섯은 통장에 백만 원도 없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숫자가 긴급할 때 쓸 돈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물론 대다수 저축이 퇴직연금에 묶인 형태라 그런 면이 크지만, 정말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이들이 상당수다. 세계 최강국 국민도 삶은 팍팍하다.
다소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란 덕에 친구들 대부분 좋은 직장을 다닌다. 하지만 자주 듣는 푸념이 직장인으로 살아봐야 별거 없다는 거다. 평생 안정적으로 사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인데도 눈은 늘 자기 위만 바라본다. 객관적 인식이 안 되면 괜한 자만이나 근거 없는 자괴감을 가지기 쉽다. 둘 다 어떤 면에서도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