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우울증까지 간 건 아니지만, 이런 상태를 오래 방치할 수 없어서 원인을 찾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예전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현실의 중압감 같은 게 스트레스와 우울한 감정을 촉발했다면 최근에 느낀 우울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어릴 때 꿈꾸던 모습보다 지금이 더 괜찮고 여러 면에서 아쉽지 않게 사는데 예전과 같은 수준의 고민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장 큰 원인을 꼽자면 호르몬 변화다. 웬만한 자극으론 도파민 분비가 잘 안돼서 설렐 일이 없고 그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보다 훨씬 긴 시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런 기대감 없는 일상이 묘한 우울감을 불러온다. 해결책으로 특별한 걸 고르진 않았다. 살던 대로 살지만, 가끔 기행을 벌일 뿐이다. 뜬금없이 페친들을 불러내 밥을 산 적이 있다. 그렇게 엉뚱하지만, 사소한 이벤트가 매너리즘을 깬다. 더 좋은 게 있다면 배우고 싶다. 아직 다른 방법을 못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