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의 삶을 되돌아봤다. 좋은 인연을 여럿 만났고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만족해야 마땅한 시간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비겁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 중 가장 안전한 것만 골랐다. 좋게 말하면 리스크 관리를 잘한 것이지만, 솔직히 그냥 쉬운 길 편하게 간 거다. 내 손에 더러운 것 묻히기 싫었다.

‘나이를 먹는 것 자체는 그다지 겁나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건 내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건 어떠한 시기에 달성되어야만 할 것이 달성되지 못한 채 그 시기가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미루고 싶은 도전이 생길 때마다 반복해 읽어본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실패 확률이 더 높은 목표 위주로 도전할 참이다. 마음을 이렇게 먹어도 막상 일이 안 풀리면 다시 쉬운 길 찾을 것 같아 동료들에게 못을 박았다. 이제 자존심이 걸렸으니 쉽게 발 못 뺀다. 업무 외에 개인적으로도 새롭고 어려운 도전을 계속할 거다. 코로나 핑계로 그동안 미룬 게 참 많다. 더는 그런 이유로 도망가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