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자신만의 취향을 쌓는 게 특별한 이유
도입부가 너무 좋은 노래를 발견했다. 처음 30초 정도가 정말 내 취향이라 어렵게 어떤 곡인지 알아냈다. 3분 정도 되는 전곡을 들으니 이건 좀 실망스럽다. 전체 곡도 꽤 좋은 수준이지만, 곡 초반에 느꼈던 큰 감흥은 아니다.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게 얼마나 있었는지.
한 명의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면 스무 명 정도는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몇 안 되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몇 년을 노력해야 한다. 즐겨 찾는 플레이리스트에 한 곡 추가하기 위해 수백 곡을 들어야 하고 영화는 한 편 추천 리뷰 쓰려면 수십 편은 봐야 한다. 책이고 뭐고 안 그런 영역을 찾기가 어렵다.
내 취향에 딱 맞는 게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 일인지 떠올려 보니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게 다르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걸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점점 더 소중하다. 사람이든 콘텐츠든 내 취향에 해당하는 모든 게. 오랜 기간 나만의 영역을 쌓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매일 노력하고 소중히 다룰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