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컴퓨터 경시대회에 입상한 이래 10대 내내 컴퓨터 공부를 했다. 컴퓨터 학원만 동시에 두 군데를 다녔고 학원에서 더 가르칠 게 없다고 할 때까지 배웠다. 지금은 프로그래밍을 거의 못 하지만 10대 땐 컴퓨터 서적 출판에 베타테스터로 참여할 만큼 열정이 넘쳤다. 베개보다 두꺼운 프로그래밍 관련 책을 여러 권 가지고 있다.

20대 초반엔 그래픽 디자인에 빠져서 온종일 디자인 공부만 했다. 처음엔 건축에 꽂혀서 디자인 세계의 매력에 눈을 떴는데 당시에 프리랜서로 사이트 제작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래픽 디자인 쪽으로 넘어갔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무료 명함 템플릿 중엔 내가 만들어서 블로그에서 뿌린 게 많다. 그러면서 블로그의 매력에 눈 떴다.

자신만의 블로그를 계속 꾸미다 보니 내가 콘텐츠 제작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재능 있다는 것의 기준은 얼마나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가이다. 이쪽으론 정말 재능이 넘쳤는지 하루에 여러 편의 글을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써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생각나는 대로 다 썼던 것 같다. 요즘엔 너무 자주 올리면 과한 것 같아 절제 중이다.

지금은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모두 안 한다. 어차피 동료들이 더 잘하니까 내가 직접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열심히 배웠던 게 아까운 건 아니다. 그때 배웠던 지식은 사라졌어도 매일 성실하게 살았던 태도는 습성으로 남아있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 살아도 어디서 다시 시작해도 먹고살 자신이 있다. 지식은 사라져도 태도는 평생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