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치를 물건값으로 환산하는 버릇이 있는 친구가 있다. 가령 내가 어떤 투자를 하다가 몇백 손해 봤다고 말하면 “아이맥 프로 날렸네.” 이런 식으로 손실 본 수준을 현물 가치로 평가한다. 뭘 벌었을 때도 어떤 차의 바퀴 값을 벌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요즘엔 이게 꽤 좋은 습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투자 시드가 어느 정도 커지면 다 공감하겠지만, 평소 생활비와 투자 시장에서 쓰는 돈은 다루는 체감 정도가 크게 다르다. 마트에선 고작 몇천 원도 가격 비교를 꼼꼼히 하면서 사는데 투자 시장에선 월급 단위 돈을 손절매하고도 반성을 안 한다. 그런데 친구가 계속 저렇게 돈을 현물 가치로 환산하니까 어느 순간 그게 크게 느껴진다.

누가 투자하다가 몇천 잃었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차 한 대가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정말 큰돈인 걸 깨달았다. 돈을 비슷한 가치의 현물로 환산하는 사고를 기르니까 투자 판단이나 소비 습관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신중하게 투자하고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작지만 큰 도움이 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