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재고는 불태워져야 마땅하다. 아깝다고 싸게 팔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 상품은 또 만들 수 있지만, 망가진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하기 어렵다. 한 중국 농민이 무 가격이 폭락하자 그냥 아무나 공짜로 가져가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몰려와 무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은 기름값 물어내라 하고 그 옆에 고구마나 감자를 훔쳐 간 사람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가격이 매겨진 상품은 그만한 가격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반드시 제값을 받는 게 프로의 기본이다. 아들로서 부모님 심부름에 따르는 건 서비스 품목에 없으니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가족이어도 사이트 제작같이 내 직업과 관련한 일은 꼭 그 가격을 정가로 다 받는다. 이건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난 지인의 식당에 가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특별한 할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원칙 없이는 브랜드도 없다. 싼 가격이 상품 경쟁력의 전부라면 매일 세일 행사를 해도 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다만 일관성만 있으면 된다. 아무 때나 프로모션을 하는 사람이 자기 서비스가 탁월하다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이건 세상의 당연한 이치인데 수많은 이들이 영업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너무 쉽게 한다. 그러고 잘 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