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서 애써서 붙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군가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안 가지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기억도 안 나게 희석될 거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다. 특별한 호감이나 욕망도 그냥 본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두면 어느새 제자리를 찾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사상은 초연한 마음가짐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존재는 탄생 후 이 땅에 그저 잠시 머물다 사라질 뿐이고 우리는 그 끊임없는 반복의 굴레 속에 잠시 스쳐 갈 뿐이다. 사람 인연 또한 맺고 끊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깨닫지 못한 중생은 부질없는 관계에 집착하느라 고통받는다.

어떤 것에 연연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초연한 태도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가진 걸 먼저 내려놔야 더 좋은 걸 원할 수 있다. 미련을 버렸을 때 더 진실한 욕망에 가까워지는 추진력이 생긴다. 항상 초연한 삶을 추구하는 이유는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가진 걸 버릴 수 있어야 더 원하는 걸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