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 사면되죠.” 어머니께서 내가 어떤 물건을 부주의하게 다루는 것처럼 보였는지 한마디 하시니까 반사적으로 나온 답변이다. 진짜로 하나 더 사면 그만이란 마인드가 뼛속까지 스며 있어서 그런지 물건을 애지중지하는 편이 아니다. 애초에 그리 비싼 걸 사지도 않지만, 물건에 내 정신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물건 살 때 최저가 검색 안 하고 쿠팡에서 주문하다가 요샌 그냥 회사 구매 담당자한테 부탁한다. 이젠 쇼핑하는 행위 자체를 시간 낭비의 영역으로 느낀다. 이래저래 시간을 아끼는 건 맞지만, 인생의 큰 즐거움 하나를 잃은 기분이다. 하지만 사사로운 일에 에너지 쓰는 걸 줄이지 않으면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돈은 많이 벌수록 더 돈을 잘 벌기 쉽다. 커진 자본이 주는 레버리지 효과뿐만 아니라 시간 자원을 더 집요하게 효율적으로 쓸 여유가 생겨서다. 동료들 덕분에 나는 내 업무에 더 강하게 집중할 수 있고 탁월한 생산량이 그 결과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분업의 성과다. 일을 나누지 못하면 양질의 성장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