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세대의 흔한 조언 중 하나가 좋은 친구 많이 사귀라는 거다. 그중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친구를 두는 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둘 다 내게 맞지 않는 조언이었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건 중요하지만, 그 숫자가 많을 필욘 없다. 오히려 많으면 집중이 안 된다. 전문직 친구가 있어서 나쁜 건 없지만, 일부러 친하게 지낼 필욘 없다.

이제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는 일 중 하나가 누구 소개해 주는 일이다. 구인이나 구직도 그렇지만, 사람 간에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역할은 그게 뭐든 안 하고 싶다. 예전엔 오지랖 넓게 온갖 사람 다 소개해 줬는데 서로 일이나 관계가 망가지면 나를 원망하더라. 소개해 줬다고 밥 한 끼 얻어먹은 적도 없는데 중간에서 다리 놔줬더니 다들 불평만 늘어놓는다. 보람도 없고 현타만 온다.

나는 지인에게 일 안 맡긴다. 의사든 변호사든 제값 주고 친분 없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 그래야 뒷말 안 나오고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기 더 편하다. 아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 좋다는 건 편견일 뿐이고 지인과 깔끔한 관계를 선호하는 내 성향상 일로 엮이지 않는 게 더 좋다. 지금까지 서로 소개해 줘서 들었던 모든 원망은 내 업보이니 안고 가겠다. 하지만 다신 그런 짓 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