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귀한 쾌락을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음 그 자체를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기라고 했다. 죽음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거다.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고민하는 행위 자체를 하지 말라는 거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면 우린 존재하지 않으니까.

어차피 죽으면 다 끝날 거 우린 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까? 지금 하는 고민과 고통 모두 죽으면 다 사라지는 것일 뿐인데 왜 힘들게 붙잡고 있어야 할까? 뭔가를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래서 무동기가 동기인 일을 좋아한다. 왜 하는지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냥 끌리고 좋아서 하는 것.

죽음을 인식하지 않는 게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면 왜 사는지 이유를 찾지 않는 것도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인간의 삶은 부질없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건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대충 살거나 죽고 싶지도 않다. 살아 있으니까 열심히 사는 거다. 그거 외에 다른 의미는 찾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