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를 드러내는 만큼만 친해질 수 있는 이유
브이로그로 유명해진 유튜버가 유튜브 시작할 이들을 위해 이런 조언을 남겼다. 절대 신상이 드러나는 정보를 함부로 흘리지 말라고. 본인은 자기 집 근처 배경은 안 찍고 멀리 놀러 나갔을 때 틈틈이 찍어 합친다고 했다. 심지어 얼굴 그대로 내보낸 것도 후회한단다. 뛰어난 외모 덕분에 뜬 유튜버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뭔가 아이러니하다.
크리에이터 생활을 오래 하면 정말 별별 일을 다 겪는다. 학교 다닐 때 한 반에 이상한 친구 한둘은 꼭 있었는데 그런 거 생각하면 소셜미디어에서 황당한 일 겪는 건 일상일 수밖에 없다. 많은 대중을 상대하다 보면 각종 정신병 환자부터 스토커까지 다 겪게 되고 처음엔 현타가 오기 마련이다. 위 유튜버는 아직 해탈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나도 개인 계정 공개한 걸 가끔 후회한 적이 있다. 나는 사생활이 크리에이터로서 매력에 영향력이 거의 없는 사람인데 굳이 친구와 지인이 잔뜩 엮인 개인 계정을 공개해 불필요한 업보를 쌓았다. 익명으로만 활동하는 게 스트레스 면에선 훨씬 낫다. 하지만 세상사 다 트레이드오프다. 자기 걸 내어주지 않고 어찌 원하는 걸 얻길 바라나.
공개적으로 활동해 올라간 피로도만큼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지금은 학창 시절 친구나 회사 동료를 직접 만나는 시간보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친구와 노는 시간이 더 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크리에이터는 구독자와 딱 그 정도까지의 친밀도만 쌓을 수 있다. 이게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터로선 한계 요소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