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자로 사는 건 여러 장점이 있다. 바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데 우연히 맘에 드는 곡을 발견했다. 어떤 곡인지 따로 물어보기 뭐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페친이 공유한 포스팅에서 노래 제목을 알게 됐다. 역시 나와 인연이 있는 건 내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

평소 특정 콘텐츠를 일부러 찾아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손 가는 대로 아무거나 보는 편이다. 영화관 가도 제일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본다. 리뷰 보면서 영화를 골라 본 적이 별로 없다. 그게 어떤 것이든 나와 인연이 있으니 내 곁에 있다고 믿는다. 콘텐츠든 사람이든.

이런 성향 때문에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 인연이 있으니 만난 것이고 그게 끝났으니 떠났다고 여긴다. 이렇게 많은 부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편한 면이 크지만, 여러 오해를 사곤 한다.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은 다 이런 성향에 기인했다.

내 노력으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편이다. 안 되는 영역엔 조금도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거기서 아낀 힘을 노력으로 되는 일에 집중한다. 사실 너무 이렇게 살아서 그동안 쌓은 업보가 많다. 하지만 이것조차 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