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로운 도전에 필요한 건 철저한 준비가 아니다
합리적이면 밥값은 하고 산다. 하지만 그렇게 합리적이기만 하면 과감한 도전은 못 한다. 컨설턴트에게 어떤 비즈니스를 평가해 보라고 하면 그게 안 될 이유를 100가지는 댈 수 있다. 하지만 기업가는 그 모든 부정적 상황 속에서도 약간의 가능성과 자기 신념 하나로 밀어붙인다. 그래서 기업가정신이란 표현이 따로 있다.
도전엔 야수성이 필수다. 뭔가를 시도하는 건 합리적 이성만으론 할 수 없다. 비이성적 충동은 새로운 모멘텀의 근원이 된다.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평론가의 관점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마인드가 필요하다. 좋은 영화도 결국 영화라는 걸 만들려고 시도해야 나올 수 있는 거니까. 창작이든 창업이든 시작은 다 이런 식이다.
흔히 사람들은 너무 준비 없이 창업해서 망한다고 힐난한다. 하지만 모든 창업은 원래 잘 망한다. 꼼꼼하게 준비하다 보면 결국 안 하게 되는 게 창업이다. 두려움이 약할 정도의 적절한 무지가 창업의 뿌리인데도 헛똑똑이들은 맨날 준비 부족 타령만 한다. 몇 년씩 준비해봐라. 그러면 성공한 창업이 되나. 그냥 안 하지.
망하는 걸 피할 생각 말고 망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여지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 내가 첫 창업을 망하고도 빠르게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빚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순간에 패배를 인정했기에 더 좋은 기회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에 필요한 건 다음 기회의 가능성과 여유이지 철저한 준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