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뭐가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가
요즘 유치원생은 200충이나 휴거 같은 혐오 표현을 즐겨 쓴다고 한다. 저게 어떤 단어인지 모르는 분은 요새 애들이 어떤지 모르고 있는 거다. 차라리 모르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무슨 중고등학교 학생도 아니고 미취학 아동이 저런 말을 쓴다는 건지 진짜 황당할 따름이다. 정말 믿기 힘든데 사실이라고 증언하는 사람이 많으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어린 나이엔 돈 개념이 있을 리 없다. 근데 저런 표현을 쓴다는 건 집에서 온종일 저런 얘길 듣는다는 것 아닌가. 우리가 아무리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적어도 애들은 이렇게 기르면 안 된다. 주거지에 따라서 등급을 나눠 따로 어울리게 한다고도 하니 그 부모들 머릿속이 훤히 보인다. 근데 그건 정말 아이들 망치는 지름길이다.
어릴 때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이 섞인 지역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아파트 단지 쪽은 대체로 잘살고 빌라촌은 반지하 집이 많아서 친구끼리 빈부 격차가 꽤 컸다. 반지하에서 홀어머니와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충격받은 적이 있는데 나와 너무도 다르게 사는 친구 모습에서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덕분에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부모가 차별을 가르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게 그냥 둬도 정말 괜찮을까? 부모 차에 따라 클래스를 나눠 논다는 초등학생이 훌륭한 성인이 되길 기대할 수 있을까? 대체 뭐가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가. 단지 내가 어려운 편에 서 있지 않다고 해서 안심이 되거나 만족스러운 건 없다. 이 상황이 주는 끝없는 불쾌감에 입맛이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