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무나 함부로 도와주지 마라
아무나 함부로 도우면 안 된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내게 그만한 능력이 있어도 상대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도와선 안 된다. 인생에 생기는 수많은 문제는 잘못된 만남에서 시작되는 게 대부분이다. 어른들이 모르는 사람과 함부로 어울리지 말라고 걱정하는 건 이런 맥락의 의미가 있다.
대다수 사람은 상대의 의도보단 일의 결과로 평가한다. 상대가 좋은 의도로 나를 도왔어도 그걸로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반드시 상대를 원망하고 미워한다. 성품이 훌륭한 이들은 그나마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어쨌든 결과가 나쁘면 상대방 의도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이는 거의 없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내가 잘 알고 좋은 의도로 도와도 일의 과정과 결과는 사실상 하늘의 뜻이다. 내가 보기에 이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추천해 줬어도 상대가 그렇게 옮긴 회사에 적응 못 해 힘들면 반드시 날 원망한다. 이건 그 회사나 그 사람 문제가 아니다. 그냥 결과가 안 좋아서 생긴 문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도와 보고 내린 내 결론은 도와주고 원망 들어도 억울하지 않을 사람만 도와야 한다는 거다. 나는 아무나 함부로 사귀지 않고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가벼운 부탁도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 관여 자체를 안 한다. 상대가 특별히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결과까지 책임질 마음이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