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환경부터 바꿔라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모솔인 친구들은 대부분 학창 시절 내내 남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여성 비율이 높은 환경에 노출된 적이 있는 친구들은 적어도 모솔은 아니다. 영화관 알바하고도 연애 못 하면 바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연애든 뭐든 환경이 참 중요하다. 물론 이걸 뛰어넘는 게 개인의 의지라고 하지만 과연 그렇게 의지대로 실천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20대 중반이 될 때까진 헌팅을 자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연애는 하고 싶은데 여자 만날 방법이 없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그냥 내가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클럽이나 소개팅 앱 같은 것도 있지 않냐 싶겠지만, 클럽은 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하고 시끄러워서 못 참겠다. 소개팅 앱은 지금이야 활발하지만, 그땐 스마트폰 자체가 없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헌팅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차라리 어학원을 다니거나 여성 비율이 높은 쿠킹 클래스에 다녔으면 훨씬 쉬웠을 거다. 이런 상황에 노출됐는데도 뭔가 해내지 못하면 그건 철저히 본인 탓이지만, 평생 연애에 좋은 환경을 경험한 적 없던 당시엔 그렇게 해야겠단 생각 자체를 못 했다. 물론 헌팅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만, 이건 내 노력과 희생이 너무 컸다.
요즘은 뭘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환경부터 바꾼다. 반드시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영어 공부에 집중하려면 내가 쓰는 모든 기기를 영어 모드로 바꾸는 식으로. 가장 좋은 건 돈을 쓰는 거다.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 다니면 좋다. 내 의지를 믿기보단 외부 도움을 받는다. 환경을 바꾸려고 이렇게 노력하는 건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이게 더 좋은 방법이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