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를 둘러싼 모든 걸 바꾸는 힘
회사 막내가 욱하는 자기 성격을 두고 고민 상담을 요청했다. 막내가 아끼는 물건을 친구가 망가뜨렸는데 과하게 화내서 본인의 그런 쪼잔한 마음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성격을 바꾸려 하지 말고 같은 걸 두 개 사도 전혀 고민 안 될 만큼 돈을 더 벌라고 했다. 그게 성격을 바꾸는 것보다 빠르다고.
나도 예전엔 비싼 물건을 망가뜨리면 내 실수를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지금은 그럴 시간에 그냥 하나 더 산다. 소득이 높아지면 생활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마인드 자체가 바뀐다. 평소 세상만사 다 부정적으로 보인다면 원인은 타고난 성격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사는 게 팍팍해서 그럴 확률이 높다.
마음 수양보다 곳간을 채우는 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소득 구간별로 내 마음의 여유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면서 돈이야말로 선한 마음의 원천일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부정한 소득은 사특한 마음의 뿌리가 될 수 있지만, 돈 그 자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자본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면 문제의 핵심에 더 깊게 접근할 수 있다. 남편의 월 소득이 천만 원에 이르면 이혼율이 제로에 가깝다는 통계만 봐도 대다수 부부의 이혼 사유인 성격 차이가 진짜 그런 건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은 나를 바꾸지 않고도 나를 둘러싼 모든 걸 바꾸는 힘이 있다.
막내를 속상하게 했던 그 물건을 내가 다시 사줬다. 여전히 본인 성격에 실망 중이냐고 물으니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성공이 중요하다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훌륭한 인격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건 개인의 성찰이 전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