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의지를 사는 가장 빠른 방법
뭘 배우고 싶다면 일단 질러야 한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시작하면 더 잘할 거 같지만, 그걸 준비하는 사이에 의욕이 증발한다. 주식 투자를 제대로 배운 후 시작하려고 하면 계좌 만들기도 전에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싶다. 하지만 아무 주식이나 일단 사면 강제로 배우게 된다.
우리나라에 부동산 전문가가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좋든 싫든 부동산은 관여 안 되는 사람이 없으니 살기 위해서라도 좀 알아야 한다. 결정 한 번에 연봉이 왔다 갔다 하니 관심이 안 생길 수 없다. 서점에 부동산 코너가 유독 넓은 이유다. 내가 직접 관여돼야 관심이 생긴다.
평생 운동 거의 안 하던 사람도 고가의 PT를 시작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운동할 때마다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은데 그냥 적당히 할 리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단 조절이라는 걸 하게 된다. 몸은 당연히 좋아진다. 돈은 의지를 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자기 돈 들어가기 전엔 세상 모든 일이 남 일이다. 남 일은 내 일이 아니므로 관심이 생길 리 없다. 당연히 배우기 어렵다.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돈부터 써야 한다. 돈 좀 날려 먹으면 그제야 배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절실함은 거기서 생기고 그때부터가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