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결혼 제도의 몰락, 개인주의의 탄생
상태가 변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걸 비가역적이라 한다. 문득 지금의 청년 세대가 그 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비가역적 특이점을 경험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출산과 육아를 하지 않고도 인간으로서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다 갈 수 있는 첫 세대다. 이걸 깨달으면 그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은 백약이 무효다. 본능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치관 변화가 몰아친다.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이상하지 않다. 인공 자궁과 자동 육아 시스템이 필요할 지경이다. 우리가 원하는 삶에 욜로는 있어도 육아는 없다. 정부 정책으로 이 인식을 바꿀 방법은 없다. 한국에서 결혼과 저출산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재해 같은 게 돼 버렸다.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둘의 차이가 특이점이 시작된 지점이 아닐까?
자아를 타인에게서 찾지 않고 자기 안에서 찾는 의식의 변화 말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할수록 결혼 제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청년이 배우자를 통한 삶의 안정과 가족 형태를 갖추기보단 인간으로서 자아를 찾는 과정과 직업적 성취에 훨씬 큰 의미를 둘 것이다. 이제 청년 세대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에 불과하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사람보다 많아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건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