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원가보다 몇 배 비싸게 팔면 부당한 걸까?
원가보다 몇 배 비싸게 팔면 부당한 걸까? 대체재가 없는 생필품이 아니라면 정부에서 가격을 통제해선 안 된다. 이건 모두가 합의한 시장의 룰이다. 이걸 흔들어 버리면 사업자는 혼란에 빠진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만큼 가격을 올려도 된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안 팔린다. 경쟁자가 더 낮은 가격에 팔아서 가격이 경쟁자보다 조금만 높아도 하나 팔기도 어렵다.
정부는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만 규제하면 된다. 평소 자주 먹던 국밥집이 국밥 가격을 10,000원에서 13,000원으로 올렸다. 서비스 업그레이드 없이 가격만 올렸다. 가격을 올린 근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그 뒤로 안 갔다. 내게 3,000원은 별거 아닌 돈이지만, 소비자로서 압박하기 위한 권리 행사다. 소비자는 사업자의 공급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면 그만이다.
가격을 올렸는데 계속 잘 팔린다면 그건 그 사업자의 정당한 성과다. 어떤 사업자의 가격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경쟁에 뛰어들면 된다. 원가 1,000원짜리를 10,000원에 잘 파는 업체가 있어 꼴 보기 싫다면 같은 걸 9,000원에 파는 회사를 차려라. 선두 업체의 높은 가격은 후발 업체의 좋은 비즈니스 기회다. 후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모멘텀을 제공한다.
시장은 외부에서 개입할수록 망가진다. 합당한 기준 없이 시장을 압박하면 사업자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치킨값을 통제할 권한이 정부에게 있다면 다른 부분도 관여 못 할 이유가 없다. 내가 파는 물건값을 정부가 정한다면 그거야말로 부당한 일 아닌가?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려면 사업자에게도 경쟁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가격을 정하는 건 사업자의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