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첫 가격이 끝까지 간다
첫 가격이 끝까지 간다. 싸게 산 사람은 그다음에도 절대 가격을 높여주지 않는다. “이번에 싸게 해 주면 다음에 잘해줄게.” 이 말 듣고 깎아줬다가 다음에 제값 받은 적 있나? 가격 협상 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다. 운동선수가 연봉에 집착하는 건 단순히 돈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연봉이 곧 출전 기회다.
몸값 높은 선수는 몇 번 부진해도 출전 기회가 많다. 안 쓰면 구단도 큰 손해니까. 연봉이 낮으면 기회 자체를 잘 안 준다. 프로 세계에선 모든 게 딱 가격만큼 가치를 갖는다. 싸게 영업한 고객은 서비스에 만족해 다른 고객을 데려와도 제값 받을 수 없다. 본인 체면 차리려고 오히려 더 깎는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자기 몸값은 함부로 깎는 게 아니다. 제값 받고 일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 일은 일찍 그만두는 게 좋다. 본인을 위해서도 그렇고 올바른 시장 질서를 위해서도 그렇다. 헐값으로 일을 맡으면 의욕이 약하고 시간 투자도 어렵다. 성과가 잘 나올 리 없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엉터리 포트폴리오만 남는다. 백해무익하다.
“역시 제값 안 주길 잘했군.”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 한 것도 억울한데 저런 말까지 듣고 싶지 않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받는 게 중요하다.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만큼 받아야 한다. 그게 곧 나와 클라이언트 그리고 시장 모두를 살리는 상생의 길이다. 자신의 가치를 낮춰 팔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